흐뭇한 기부, 아름다운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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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학낫도 작성일07-02-10 10:19 조회2,281회 댓글0건본문
흐뭇한 기부, 아름다운 거부 | |||||
첫째는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 제발 참석해 달라”는 것. 처음부터 명예박사 학위 수여를 완강히 거부해 온 정 전 회장은 학교 측이 끝내 이를 밀어붙이자 “그렇다면 수여식에 가지 않겠다”고 버텨 왔기 때문. 또 다른 부탁은 학교를 방문한 김에 ‘정문술빌딩’도 꼭 방문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빌딩은 정 전 회장이 2001년 KAIST에 낸 기부금 300억 원 가운데 110억 원을 들여 2003년 완공한 지하 1층(연건평 2738평), 지상 11층 규모의 건물이다.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기술(BT) 융합학문의 고급 인력을 양성해 달라는 그의 주문대로 바이오시스템학과가 입주했다. 정 전 회장은 자신의 돈으로 세워진 이 건물의 기공식과 준공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할 일을 한 것뿐인데 왜 내가 생색을 내야 하느냐”며 건물에 자신의 이름이 붙는 것부터 반대했다. 그가 한 것이라곤 학교로부터 완공된 건물의 사진을 건네받은 것이 전부다. KAIST의 애를 태우던 정 전 회장은 결국 1일 두 가지 요청 가운데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 참석’ 한 가지만 받아들였다.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이 학위수여식에 앞서 열리는데 학위를 받는 네 사람 중 한 명이 빠지면 너무 표가 날 것 아니냐는 게 참석 요청을 받아들인 이유였다. 이번 명예박사 학위는 정 전 회장을 비롯해 모두 KAIST에 고액을 기부한 명사들에게 주어졌다. 하지만 ‘정문술빌딩’ 방문에 대해서는 “아직 그럴 만한 계기가 없다. KAIST 사람들도 이젠 나의 고집을 알기 때문에 이해할 것”이라며 끝내 거절했다. 정 전 회장은 이날 오후 KAIST 노천극장에서 학생들의 환호 속에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뒤 본관 1층 로비에서 열린 다과회에 참석했다. 다과회 장소는 ‘정문술빌딩’과 불과 30m 떨어져 있었지만 그는 빌딩 앞을 그대로 지나쳤다. 기자가 “언제쯤 정문술빌딩을 방문하겠느냐”고 묻자 그는 “저 빌딩에서 국민이 깜짝 놀랄 만한 결과물이 나오면 기꺼이 가겠다”며 “학교나 학과에도 이런 얘기를 전했다”고 말했다. KAIST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은 기부 이후에 더욱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며 “기부자에 대한 예우보다는 성과를 내는 데 전념해 달라는 그의 주문은 ‘기분 좋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정 전 회장은 ‘기부는 지속적이고 생산력이 있어야 하며 신뢰를 지켜야 한다’는 소신을 실천해 왔다. “2개월 안에 KAIST에 30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2001년 7월 갑자기 반도체 불황으로 그가 보유한 미래산업 주가가 크게 떨어지자 학교 측도 주가 움직임을 보아 기부 시기를 조정하자고 제안했지만 그는 계획대로 주식을 처분해 약속을 지켰다. “유산은 독”이라며 자녀들에게 돈을 물려주지 않고 회사 경영권도 전문 경영인에게 넘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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