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메뉴

커뮤니티
  • 공지사항
  • 고객쉼터
  • 동호회
  • 주문게시판

고객센터
커뮤니티
HOME >> 커뮤니티
  • 잡글창고

    <b>가장 무도회

    페이지 정보

    작성자 대박이 작성일03-04-19 10:31 조회2,651회 댓글0건

    본문

    {FILE:1}








    - 가장 무도회 -



    1.

    앞에 앉은 여자들에게
    그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 친구는 변호삽니다.
    아주 유능한 변호사예요"


    화려하게 치장한 여자들의 목에서
    굵은 흑진주가 반짝인다.
    그가 말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저친구는 교수랍니다. S대 건축과,
    국내건축가로서는 독보적인 존재죠.
    우리 친구들 교수들 많아요"


    여자들은 즐거워한다.
    그의 말이 사실이므로.

    아무 것도 아닌 나는 민망하다.
    그가 진실을 말한다면
    나는 얼굴이 붉어질 것이다.
    차라리 내가 말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저 친구는"

    나는 그가 진실을 말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순간 옆에 앉은 유능한 변호사 친구가 거들었다.

    "화백입니다"

    "어쩐지 예술하시는 분 같아 보였어요!"
    .

    여자들이 처음부터 알아 보았었노라고
    까르르 웃었다.

    진실을 진실로 말하지 못하는 나는
    진실 아닌 것을
    진실로 말할 줄 아는 친구가 부럽다.

    나는 안도한다.
    화백---화려한 백수!

    친구의 유능한 기지에 나는 탄복한다.
    진실로 고마운 친구다.



    2.

    화려한 여자들에게 변호사 친구가 말했다.

    "돈많은 고객들이 제일 중요하죠"

    그는 솔-직 하다.

    "오머오머 솔직도 하셔라.
    돈이라면 나도 많지만 요 친구가 젤 많아요"

    "아이, 얘ㅡ는 깔깔깔...
    요즘은 예술가들이 젤 잘 버시죠?"

    "아, 예 예..."

    "이 화백친구는 부인이 대학병원 과장이예요"


    대학교수 친구가 거들었다.

    "오머! 그럼 부인이 잘 버시는구나!
    그래서 예술 하시는구나!"




    도시는 분노를 가르켜 준다던 어느 친구는
    지금 어디에서 나를 가여워하고 있을까?

    서울에서의 생활은
    하찮은 문장위에 찍힌 방점 같았다고
    고백하던 그 친구(기형도)는,
    심야의 삼류극장에서
    의문부호 하나만을 남긴채
    일찌감치 도시를 배반했다.

    어둠을 배반한
    스텐레스처럼 반짝이는 도시의 밤은
    배반의 씨앗을 잉태하고,
    그 피를 받은 도시의 자식들은
    배반에 길들여진 자신을 배반하며
    또 다시 그 씨를
    이어갈 것이다.





    福如海
    http://blog.naver.com/natto114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