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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지금은 라디오 시대/ 웃음이묻어나는 편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대박이 작성일03-04-19 10:24 조회4,044회 댓글0건

    첨부파일

    본문


    지금은 라디오 시대/ 웃음이묻어나는 편지

    리모컨은 왜 두갠가? (글/여영훈)福如海
    http://blog.naver.com/natto114

    솔직히 말해서 요즘 우리집사람을 보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출렁이는 뱃살, 그우람한 어깨, 게다가 걸을때면 쿵쿵 울려대는 그 육중한 다리까지, 그러나 뭐 저 집사람 살 쪘다고 한번도 구박한
    적 없습니다.
    살 좀 찌면 어떻습니까? 말라서 골골대는것 보다 낫다 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겁니다.
    그런데 사람이, 이 몸무게가 달라지면은 성격도 달라지는지, 우리 집사람, 맨처음 저한테 시집왔을적만 해도 그 갸날픈 몸매에 눈은 동그래가지고 제가 뭐라 그러면은,
    그 큰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갖고 조용히 흐느끼곤 했었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그런데 체중이 달라진 지금, 제가 뭐라 그러면은, 그 엄청난 뱃살을 앞으로 쭉 내밀면서 "뭐야? 지금 해보겠다는거야 어?"하면서
    협박을 하는데, 처음에는 제가 겁없이 그 뱃살 손가락으로 콕 찔르면서 "야야 그래그래 한번 해보자"라고 했다가, 그날 마누라 밑에
    깔려서 정말 압사 당하는줄 알았습니다.
    그후 절대로 정면 도전은 제가 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이 웬수같은 텔레비젼 때문에 또 사단이 나고야 말았어요.
    두분도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엠 모 방송과 에스 모 방송에서는 월요일과 화요일에 둘다 사극을 내 보내고 있습니다.
    엠 모 방송은 <상도>, 그리고 에스 모 방송은 <여인천하>인데, 저는 바로 이 <상도>의 열성 팬 입니다. 반면 우리집사람은 여인천하의
    맹렬 추종자이지요. 그래서 월요일 화요일이면 서로 리모컨을 뺏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는데 그날따라 리모컨이
    안보인다싶었더니, 치사하게~ 씽크대 찬장속에 리모컨을 숨겨놓고 결정적인 순간에 "여깄지롱~"하면서 꺼내들고 오는게 아니겠어요?
    속으로 열이 확받히길래 목소리를 깔고 "야~ 좋은말로 할때 리모컨 이리줘어~"라고 했는데 우리집 사람 그 큰 덩치로 뛰어가면서
    "못줘! 메롱~ 이러는겁니다. 아! 진짜! 제가요~ 덩치나 작으면 말도 안합니다. 갑자기 성질 팍 나는데 "야 너 진짜 빨리 못줘?"하고
    신경질을 냈더니, 더욱 알랑거리면서 "못준다 어쩔래? 어쩔래?"이러지 뭐예요. 그래서 나 참! 제가 왠만하면 힘 안 씁니다 저, 쫓아가서
    아내 붙잡고 "이리 내놔!"라고하는데, 집사람 갑자기 리모컨을 가슴에 감추면서, 안뺏길려고 발버둥을 치길래 제가 그여인을, 번쩍 들어서
    자빠트리려고 바로 바닥에 넘어트렸던 겁니다.

    사건은 바로 이렇게 시작이 됐습니다.
    우리집 여인이 많이 다쳤냐구요?
    아닙니다.
    우리집 여인~ "으악!"소리를 치며 나둥그러진다 싶더니만, 이번에는 갑자기 제 눈앞에서 뭔가가 휙~하고 다가오는것 같더니만 바로
    강타를 하는데, 저,"억!" 이한마디 소리 내고 바로 고꾸라지고 말았습니다.
    고꾸라져서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종합을 해 보고 있는데, 그때 제 코에서 흘러나오는 두줄기의 뜨거운 액체!
    그렇습니다.
    저 태어나서 말로만 듣던 쌍코피! 그때 처음 터져 봤습니다.
    물론 그 여인은 서둘러 제게 다가와 "어머어머어머어머머머 어떻게? 어떻해? 괜찮아? 당신~어머! 당신이 얼굴을 돌려서
    그렇찮아"라고 하면서 그것은 절대 고의적 헤딩이 아니고 실수였다고 했지만, 제가 바봅니까? 고의로 튀어 오르며 들이박은거하고
    실수랑, 친거랑, 그걸 구별을 못하냐 이거죠~
    더욱 가관인 것은, 제 비명 소리에 놀란 우리 딸애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나를 보더니 놀래서 바로 119 전화 걸어서 신고를 한 거 였습니다.

    그런데 119대원 여러분! 도대체 왜 이렇게 빠르신 겁니까?
    취소전화할 몇분의 여유도 없이 바로 현관 초인종이 울리더니 "일일굽니다!,신고받고 왔습니다"라고 하는데, 이미 도착한 분들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마누라랑 T V 리모컨 뺏으려고 싸우다 터진 쌍코피라고 해명을 할 수도 없고,
    119대원중 한분이 "어느분입니까?"라고 묻는데, 제가 살짝 현기증을 느끼는 척 하면서
    "아,아,예, 제가 좀 어지러워서 뒤로 넘어졌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119대원님들 정말 예리하시더군요.
    "아, 뒤로 넘어졌는데 코피가 왜 납니까?"
    엉겹결에, 아, 차 그게 아닌데 "아~저 냉장고 문 열다가 어지러워갖구요 냉장고에
    부딪혔습니다"라고 얘기 했습니다.
    119대원님들 "예, 일단 뭐 말 잘하시는거 보니까 큰이상은 없을거 같은데 뭐 그래도 일단 병원은 가시죠, 걸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해서 그날 제 발로 걸어서 119 구급차타고 병원에 도착했지 뭡니까?

    병원가서 쓸데없이 혈액속 산소량 측정한다고 동맥피 정맥피 다 뽑고 C T인지 뭔지도 찍자고 하는거를 "아닙니다, 절대로 안됩니다
    집사람이랑 의논해 보고 찍겠습니다"라고 둘러대고 간신히 빠져 나왔습니다.(C T는 비쌉니다.)
    올때는 구급차 못 태워 준다 그래 갖고 택시타고 왔는데
    그날 이후 리모컨 하나 더 구해서 우리 두사람 조용히 리모컨 두개 들고 시청하고 있습니다.

    먼저 <여인천하>.
    중종이 대신들 앞에 두고 언성을 높히며 신경질 내는 장면.---
    "머어라!~ 역모를? 어찌 이런일이? 당장 그들을 잡아 들이도록 하여라~~~ " 여기까지 보고, 휙~ 채널이 돌아가면

    이제 <상도>.
    인삼교역권을 놓고 대상들이 겨루는 장면이 나타납니다.
    "송상대방 박주명이요,대감께서 이번 중국과의 인삼교역구역을 우리에게 넘겨 주신다면 오만냥을 내겠소이다~ "

    여기서 다시 휘까닥 화면이 바껴서 다시 <여인천하>.
    "경빈마마~ 소인이 파릉군을 찍어내 드릴테니 걱정 마시옵소서"
    다시 휘까닥~
    "상옥아! 니가 쓰러진 만상을 다시 일으키도록 하여라!"

    서로 나란히 앉아서 거의10초단위로 채널을 바뀌기 때문에 두 드라마가 끝날때까지 완전히 뒤죽박죽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처음 몇번은 뭐 그런데로 같이보던 중학생 딸도, 에미애비하는짓이 지가 보기에도 기가 막히는지 슬그머니 지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우리는 오늘도 전자 오락게임하듯 이렇게 리모컨을 누르고 있죠.

    "경빈!~~~"
    "상옥아!~~~"
    네 그래도 우리가 지킬건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처음에는 서로 너무 경쟁적으로 하다 보니까 둘다 도저히 이게 시청이 안돼서, 몇번인가 감정 충돌로 이어질 뻔 했지만 지금은 서로
    타이밍을 절묘하게 조절해서 상대방 스토리가 연결되도록 최대한 예의를 지켜가며 시청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뭡니까?
    서로간의 권리를 존중하고 화합을 이뤄나가는거 바로 그거 아니겠습니까?

    두분! 제가 이런 편지 보냈다고 "아유~아유~저렇게 한심한 부부가 다 있나?"이럴지 몰라도, 우리부부 둘다 배울만큼 배웠고
    직장나가면 제 몫의 일도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뭐~ 사람이 살다보면 한두가지 정도는 뭐,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하여간 두분이 생활 속에 묻어나는 얘기 있는 그대로 보내달라 그러셔서 보내 드렸으니까, 보내달라고 해놓고 욕하면, 그거 진짜 배신입니다.

    어쨋든 우리는 매우 민주적인 가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편지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2001년 2월에 최유라씨가 읽음
    {FIL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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