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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기가멕혀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대박이 작성일03-04-22 23:26 조회3,258회 댓글0건

    본문

    지금은라디오시대/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글/여영훈福如海
    http://blog.naver.com/natto114


    저는
    평소에 최면이나 초능력 같은 신비한 현상에 남다른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하루는 집사람이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온 기의 실체라는 제목의 테이프를 보는데 중국의 어느 기공사가 사람을 몇미터 앞에 세워 놓고 두 손으로 장풍을 내보내자 그만 사람이 가랑잎 날리듯 그냥 땅바닥에 나뒹구러지는게 아닙니까?

    취재하던 P D도 신기했던지 직접 나서 시험해 보여주는데 여지없이 나가 떨어지더군요.
    제가 하도 신기해 하니까 집사람이 "우리나라에도 장풍도사 있는거 몰라? 전번에 한강 저쪽편에 사람들 세워놓고 자빠트리는거 텔레비젼에서 해 줬는데 못봤어?"하길래 "그래? 진짜 그런 사람이 있어? 기가 막히네"하자 "요번 일요일날 올림픽공원에서 시범 보이러 온대"하는것이 아닙니까?
    원래 호기심을 못참는 성격인지라 도대체 이게 사실인지 한번 실체를 알아보고 싶어지길래 그날을 손 꼽아 기다렸지요.

    예정대로 일요일이 다가와서 집사람과 같이 올림픽공원 시범장소로 일찌감치 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예정시각에 장풍도사라는 분이 나타나더니 도사의 시범을 볼려고 모인 사람들을 매트레스위에 일렬로 주욱 서게하고는 신청자에 한해서 주욱 일렬로 세워놓고는 장풍시범을 보여주는데, 눈을 감고 뒤돌아 서있는 사람들이 장풍도사가 손을 밀고 당기고 할 때 마다 장풍이 실제로 닿는것처럼 앞뒤로 흔들흔들거리다가 하나둘씩 매트레스위로 벌러덩 나자빠지는데 정말 기가 막히데요.

    그래서 다음차례에 저와 집사람이 재빨리 줄을 섰지요.
    장풍도사가 손을 들어 기를 보내면 역시나 사람들이 흔들흔들 거리다가 하나둘 뒤로 자빠지고 집사람도 흔들거리다 뒤로 벌러덩 자빠지고 모두 다 뒤로 벌러덩 자빠지는데 그런데 이게 왠 별일인지 저는 아무런 반응이 없더라구요. 장풍이요?
    콧김도 오지 않더라구요.
    도대체 뭐가 와야 넘어지든지 말던지 할 게 아닙니까?
    저 혼자 전봇대처럼 우뚝 서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는데 황당하더군요.
    그래서 다음 사람들 줄에 끼여 다시 한번 장풍을 받아보았는데, 역시나 옆에 선 사람들이 하나둘씩 쿠당탕하고 뒤로 나자빠지는데도 도대체 저는 아무런 반응을 느낄수가 없더라구요.
    장풍도사도 기가 막히는지 "아저씨는 기가 막힌 분이니 저쪽으로 열외해 주세요"이러지 뭡니까? 기가막히다니? 사람들도 제가 두번이나 넘어가지 않으니 정말 기가 막힌 사람 쳐다보듯이 보는데 그게 더 기가 막히데요.

    다음엔 사람을 바닥에 눕혀 놓고 기를 보내는 시범인데, 마침 제옆에 있는 집사람을 가리키며 "아주머니 여기 반듯이 누워서 눈 감고 있으세요"하며 집사람을 눕혀놓고 시범을 보이는데 도사가 손을 들어올리면 올리는데로 내리면 내리는데에 맞춰 마치 춤을 추듯이 율동을 하는데 딴 사람도 아니고 집사람이 저러는데 거짓말 이랠 수도 없고 내가 경험을 못했으니 진짜라고 할 수도 없고 하여간 또 기가 막히데요.

    그 다음날아침 에스모 텔리비젼 방송 뉴스에 바로 이 장면이 나왔는데 그걸 본 집사람이 "오머오머! 내가 저렇게 했어 오머오머오머!!"하며 더 기가 막혀하더라구요.
    아무튼 그날의 시범이 다 끝난후 제가 그 장풍도사에게 "도사님 제자로 받아 주십시오"하며 정중히 청하니 이 도사님 말씀이
    "나는 제자 안키웁니다 아, 아주머니 아주머니는 기가 너무 잘 통하니 연락한번 주시고 오세요 사범으로 같이 활동해 봅시다"하며 명함한장을 집사람에게 건너주는게 아닙니까? 또 기가막히데요.

    그래서 오기도 나고해서 내친김에 바로 집 근처 무슨 기수련원인가하는곳에 등록을하고 배우기 시작 했지요.
    첫날부터 지도사범이 "기본자세가 중요합니다 이렇게 따라 하세요"하며 시범을 보이는데 기마자세라는 엉거주춤하게 무릎을 구부린 자세로 두손은 하늘을 향해 들어 올리고, 그상태에서 수련시간이 끝날때 까지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견디라는데, 이렇게 고통을 참고 견디면 정신력이 강해져서 기가 세진대나 어쩐대나 좌우지간 옛날 군대시절에도 이런 기압은 받아보질 않았는데 정말 기가 막히데요.

    그래도 기왕 시작한거 까짓거 한번 해보자 싶어 계속 수련을 했는데 그 다음 과정이 또 만만찮더라구요.
    전문용어로 면벽좌선이라는건데 이게 아무것도 없는 하얀벽을 쳐다 보고 움직이지 않고 고대로 정신통일을 하는건데, 십여명의 수련생들이 각자 벽을 쳐다보고 앉아서 마치 벽에서 무슨 금덩어리라도 나올듯이 쏘아 보고 있는 모습들이 너무나 진지해서 숨소리도 크게 내기가 미안할 정도였는데, 아무튼
    이게 가만히 앉아서 하는거라고 별거 아닌거로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한 삼십여분 지나면 다리도 저리고 온몸이 뒤틀리는것이 정신이 집중되기는 커녕 허얀벽면에 온갖 파노라마가 펼쳐지곤 하는데, 이거 절대 쉬운게 아니더라구요.
    제가요 원래 속옷도 모두 깨끗한 흰색을 즐겨 입는 사람인데 이 면벽좌선인가 뭔가 하고 부터는 흰색만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경끼가 날려고 해서 속옷도 모두 색색깔로 칼라로 바꿨다는거 아닙니까.
    하루는 명상을 하고 있는데 아침에 먹은 곰국이 잘못 되었는지 갑자기 뱃속이 꾸르럭거리더니 염치없이 "푸시시식!"하며 그만 가스를 배출해버리고 말았지 뭡니까?
    아 제가 참을수 있는데 까지 참아 보려고 왜 안 했겠습니까? 제 딴엔 참을수 있는데 까지 참아볼려고 가스 배출을 지연시키느라 용을 쓰다 어쩔수없이 뀌고 만것인데, 참다가 할수없이 내보내고 만 것인데. 그런데 그 방귀소리에 놀랐는지 냄새 때문인지 제 양쪽에 눈감고 앉아 있던 아줌마 둘, 둘다 조용히 일어나더니 방석들고 반대쪽으로 자리를 옮기데요. 저 그 아줌마들 원망은 안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냄새가 지독한데 아주머니들이 어떻게 견디겠어요?
    그 냄새가 얼마나 지독했던지 지도사범이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귓속말로"화장실 다녀오시지요"이러는게 아닙니까? 그냥 앉아 있기도 민망하고 해서 화장실을 가서 나오는것도 없이 앉아 있는데, 그런데 잠시후 아줌마 두사람이 화장실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만 이어서 들리는 소리가 "나리 엄마! 난 그아저씨만 보면 우스워서 명상이 잘 안돼! 애들도 아니고, 무슨 장풍인가 뭔가 배울려고 왔다던데 넌 안 우습디?"하고 묻는데, 나리엄마라는 여자가 "얘, 나는 그 아저씨 조금 정신이 이상한 사람 아닌가 모르겠더라" 이러더라고요. 순간, 제 얘기구나 하는 느낌이 팍 들기에 숨죽인채 귀를 바짝 귀울였지요.
    아니나 다를까 나리엄마라는 여자의 다음말에 저는 변보다가 기가 막혀서 그자리에서 그냥 주저 앉을뻔 했지 뭡니까?
    "그저께 수련 끝나고 옷 갈아 입을려고 하는데 얘! 글쎄 나보고 잠간 벽보고 서 있어 보래잖아~, 나는 뭐때문에 그러나 싶어 시키는대로 서줬따 얘!.
    근데 그아저씨가 뭐한줄 아니? 갑자기 조용하길래 내가 돌아봤더니 얘, 웃겨서 더 말을 못하겠다 얘! 그 아저씨 이상한 폼으로 나한테 장풍인가 뭔가 보낸다고 기를 쓰고 있는데, 기가 막혀서 웃음도 안 나오더라 얘! 호호호호호! 나 우스워 죽는줄 알았다, 얘,얘, 늦어서 야단 맞겠다 어서 들어가자! "
    이러며 둘이 깔깔 거리며 나가지 뭡니까?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은채 낯이 화끈거리는데, 저 여자들은 장풍이 뭔지도 모르나하는 생각도 들고, 어이도 없고 기가 막히더라구요.


    좌우지간 이렇게 수련을 계속 하여도 별 진전이 없던 어느날 학교에서 3박4일 뇌수련 캠프를 다녀온 딸아이가 "아빠! 아빠! 나 눈 감고도 글씨를 읽을수 있어요"하고 기가 막힌 소리를 하는게 아닙니까?
    "메야? 눈감고도 글을 읽는다고? 얘가 어딜 갔다오더니 정신이 이상해진것 아니야? 여보 얘 좀 봐"하고 집사람을 불렀는데 집사람 왈 "진짜로 눈감고 글 읽는거 맞어"이러는게 아닙니까?
    제가 딸아이의 눈을 가리고 시험을 해 본 결과 놀랍게도 딸아이는 눈을 가린채로 정말 글을 읽어나가는데, 눈을 가리고 어떻게 글씨를 읽을 수 있는지 정말 신기하데요.
    그런데 딸아이 뿐만 아니라 뇌수련캠프에 간 많은 아이들이 딸아이처럼 눈감고도 글씨를 읽는 능력이 생겼다고 하는데 정말 놀랍더군요.
    "얘 그거 아빠 한테도 좀 가르쳐 줘 봐!"하니 딸애가 "어른들은 잘안돼요"이러지 뭐예요.

    그날 저녁 기수련시간에 지도사범에게 "장풍은 언제 터득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더니, 사범이 웃으며 제게 "선생님, 애들처럼 그런거 배워 어디다 쓰실려구 그러세요? 건강이나 지키세요 예" 아 이러는게 아닙니까? 주위에 있던 수련생들이 모두 기막혀하는 얼굴로 저를 쳐다 보며 킬킬대며 웃는데 황당한 기분이더라구요.

    그런데 어느날 제게 정말 기가 막힌일이 일어났는데 , 제가 청춘을 바쳐 다니던 정부의 모 공사가 민영화됨을 계기로 기구를 축소하라는 상부지시가 내려와서 각부서를 축소 통합할 계획이니 차제에 퇴직할 의향이 있는 부장들은 자진 명예퇴직을 신청하라는 공문이 붙어 있는것이 아닙니까? 이제 나이 아직 오십도 안된 팔팔한 청춘인데 집에 가서 애나 보라니!
    한 3개월 더 버텨보다가 결국 나오고 말았는데, 그 기가 막히는 심정을 어찌 짧은 글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기가 막히는구나 뭐 그렇게 생각하며 화백(화려한백수)이 되어 살고 있습니다.
    사는게 기가막히지 않습니까? 두분은?


    2002년 2월 최유라님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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