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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기암 투병중 음반 낸 가수 길은정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개량 한복 작성일04-11-02 20:42 조회3,300회 댓글0건

    본문

    <연합인터뷰>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FILE:1}
    "
    건강한 사람들의 하루는 저한테는 1년이나 마 찬가집니다." 암 투병 중인 가수 길은정이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음반 '만파식적'을 내놓았다. 직장암으로 투병 중이던 그는 최근 암세포가 골반으로 전이되면서 병원에 서도 길어야 6개월을 넘기기 힘들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신보 출 시도 모자라 원음방송(서울 89.7㎒)에서 매일 생방송 '길은정의 노래하나 추억둘'을 진행하고 있다.

    오른발이 완전히 마비되어 휠체어와 목발에 의지해 삶을 지탱하고 있는 그를 지 난 29일 원음방송국에서 만났다.

    그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인터뷰를 특유의 소녀같은 미소를 머금은 채 처연하 리만치 담담히 이어나갔다.

    "매일 아침 병원 통증 클리닉에서 마약성분이 있는 진통제를 맞고 패치를 붙이 고 링거를 맞고 방송국에 옵니다. 정신을 놓아버리면 완전히 폐인이 될 것 같아서 방송이라는 마지막 끈을 붙들고 있습니다. 무언가 사람을 만나고 약속을 하고 하는 일이 있어야 하잖아요. 말기암 환자라고 해서 병원에만 누워있으면 더 못 견딜 것 같거든요. 그렇지만 매일 밤 통증이 너무 심해서 비명을 지르고 잠도 한숨 못 이루 고 진통제를 맞을 아침만을 기다리며 지내고 있습니다. 골암이 통증이 가장 심한 암 이래요. 마약성 진통제도 너무 많이 맞아서 이젠 잘 듣지도 않네요." 1996년 직장암과 투병을 시작했던 길은정은 2년 전 노래 시집을 내면서 기자와 인터뷰를 했을 때만 해도 임파선으로만 전이가 되어서 잘만 관리하면 10-20년까지도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는 림프와 혈류를 통해 암세포가 뼈 속까지 완전히 침투한 상태라고 한다. 골반과 척추에 전이되면서 오른쪽 다리는 현재 전혀 쓰지 못한다. 병원에서도 수술도 항암 치료도 가망이 없다고 짧으면 3개월 길어도 6개월을 넘기기 힘들다고 한다. 선고를 받은지가 한달 반 정도 전이라고 한다.

    그는 죽음이 두려운 건 아니라고 했다.

    "한번 무너지면 끝장이 날 것 같아서 마지막 끈을 붙들고 있어요. 그렇지만 죽 음이 두려운 건 아니예요. 아주 고요하고 평화롭게 받아들이고 맞이할 수 있을 것같 아요"라고 했다.

    오랫동안 자신을 옥죄어 온 병마와 싸워 가면서 평소 해야할 일들을 차근차근 준비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의 준비도 이미 해놓은 듯했다.

    "2년전 노래시집 베스트음반을 낼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안하면 영원히 못할 것같다는 그런 예감같은 게 있었습니다.

    또 이번에 나온 '만파식적' 음반도 마찬가지다.

    이번 음반은 작년 겨울에 녹음을 했었던 겁니다. '나 떠나도 멀리가도 눈물 흘 리지 마요. 하늘보고 나를 보고 이 노래를 불러요'라는 가사를 직접 쓴 걸 보면 이 미 작년부터 예감을 하고 있었나봐요.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이게 마지막 앨범이라 는 것도요." 이 노래는 그가 직접 작사한 '이 노래를 불러요'란 곡. 또 최희준의 원곡인 '종 점'도 생의 마지막을 떠올리게 하는 의미로 해석돼 안타까움을 전한다.

    앨범 제목에는 만가지 파란을 잠재운다는 만파식적의 고사를 차용해 이 앨범이 여러 사람들의 고민과 아픔을 잠재우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는 당시 거의 먹지도 못하고 집착하다시피 기를 쓰고 만들었다. 그러지 않으 면 영영 못 만들 것 같아서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천상 가수여서 그랬을까? 법적 분쟁과 재판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녹음실에서 노래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 다고 한다.

    "이제 와서 앨범에 대한 히트 욕심은 없어요. 이 음반을 고집스럽게 낸 이유도 디지털 시대 컴퓨터 기계음이 싫어서 였거든요. 요즘 아이들에게 사람 냄새 나는 자 연스런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시인이자 방송작가인 구자형이 작사 작곡한 '난 널'을 타이틀로 내세운 이 앨범 은 드럼, 베이스, 일렉트릭 기타, 어쿠스틱 기타 등 4개의 악기만을 사용했다. 그룹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함께 녹음하고 연주했다. 그 흔한 건반도 쓰지 않고 더빙도 하 지 않았다. 70년대처럼 연주 한번 녹음하고 주욱 한번 부르고 2트랙 밖에 쓰지 않았 다는 것. "사운드가 상당히 빌 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사람이 연주했기 때문에 들어 도 질리지 않는 그런 소리가 나옵니다." 그는 지난 2002년 가을부터 전 남편 편승엽과 이른바 사기결혼과 관련된 명예훼 손 등을 놓고 법적 분쟁을 겪었다. 그러나 그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을 용서한다고 했다.

    "이젠 편승엽씨 일도 남의 일처럼 멀게만 느껴져요.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그렇 게 아웅다웅 다퉈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항소심도 취하했기 때문에 모든 법적 인 사건은 일단락이 됐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2년이란 세월을 제 의지와 상관없이 너무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 어요. 이제 와서 이것을 보상 받을 수는 없겠지만요. 남은 한달이든 두달이든 알차 게 쓸 겁니다. 이젠 원하는 것을 생이 끝나기 전에 원없이 다 해야겠다는 생각입니 다"라고 말했다.

    "현재 언니와 오빠, 부모님 등 가족들에게 영정사진은 어떤 걸로 해 달라, 영안 실에 이번에 새로운 음반 만파식적을 틀어 달라고 삶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재산 정 리도 어느정도 끝이 났고요. 그러나 콘서트, 동요 음반, 오디오북 발간 등 하고 싶 었던 일들 중에서 단독 콘서트는 결국 못하고 끝이 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단독 콘서트는 아니지만 많은 팬들을 만날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오는 7일 여의도 KBS홀에서 녹화하는 '열린 음악회'의 무대가 그것.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올라서 왼쪽발로만 지탱하고 기타를 치면서 '난 널'이라는 신곡을 부를 예정 이다.

    "문득 자신이 없어져 이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 7일이 녹화날이 지 하는 생각에 다시 힘을 얻고는 해요." 그에게 팬들이 어떻게 기억해 주길 바라는 지 물었다.

    그는 이내 고개를 숙이며 한참 생각하더니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죠"라고 수줍 어 한 뒤 "뭐랄까 정직한 낭만주의자였다"고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은근슬쩍 넘어가기도 하고 눈을 질끈 감아 주기도 해야 하는 데 불의와 타협을 하지 않았어요. 저같은 사람이 살기가 너무 힘든 세상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가수로서 뿐만 아니라 MC와 DJ 등 방송인으로서도 그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을 이어갔다.

    "프로그램마다 시청률, 청취율 등 객관적인 지표와 함께 좋은 반응을 얻어서 무 엇보다 보람이 있었어요. 어린이, 청소년 프로그램 '가위바위보'와 '뽀뽀뽀' '가요 톱텐' 'EBS 만들어 볼까요' MBC FM '정오의 희망곡' 등 좋은 프로그램들을 맡아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같아 무척 보람이 있었어요"라고 수줍어 했다.

    그러나 현재 원음방송의 '노래하나 추억둘'이 가장 각별하다고 했다.

    "가장 사랑하는 방송이죠.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거든요. 남들 알아주는 큰 방 송사가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청취자들께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도 중요하거든요.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중요 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노래하나 추억둘'의 김선영 작가도 "매일 지켜보면서 낭만주의자는 확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면서 국내에서 유일한 여성 DJ"라고 평가했다.

    여성 MC는 많지만 음악을 아는 여성 DJ는 드문 게 우리 방송계의 현실이기 때문 이다.

    길은정은 "최근에는 로션냄새, 치약냄새 등에도 거부반응이 일어나 구토 증세가 자주 생긴다"면서 "아마 뇌세포로도 전이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간다"고 말했 다. 인터뷰 마지막에 그에게 싸인을 부탁했다.

    그에게 받은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란 메시지가 오랫동안 가슴 속에 깊이 박혀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았다.

    노래:Julia Hamari alto
    곡명: 바흐 <마태 수난곡>중 알토 아리아
    나의 하느님, 눈물로서 기도하는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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